행복하신가요?
幸せ貯金
그것은 7월의 어느 화요일에 시작되었다.
쿠가 후부키는 미즈호은행 코마바역앞지점의 번호표를 뽑고 대기석에 앉아 있었다. 손에는 지갑과 신분증이 들려 있었다. 회색 목폴라를 입고 있었다. 7월에. 에어컨이 나오는 은행 안에서는 괜찮았다. 후부키는 더위를 타지 않는 사람이었으므로.
통장을 하나 만들러 온 것이었다.
사유는 단순했다. 아침에 토키에게서 연락이 왔다. 별것 아닌 내용이었다. 어제 빌려간 핸드크림 돌려주겠다는 메시지였다. 그 메시지를 읽고 후부키는 웃었다. 웃고 나서 생각했다. 이 기분을 어딘가에 남겨두고 싶다고. 토키 때문에 웃은 횟수를, 토키 때문에 심장이 뛴 횟수를, 토키 때문에 행복했던 순간들을. 어딘가에 기록하고 싶다고.
일기장은 싫었다. 후부키는 글을 잘 쓰는 사람이 아니었다. 사진첩도 생각했지만 달랐다. 후부키가 원하는 것은 축적이었다. 토키로 인한 행복이 쌓여가는 것을 눈으로 보고 싶었다. 숫자로. 구체적으로. 그래서 통장이었다. 행복할 때마다 돈을 넣는 통장. 불행할 때마다 돈을 빼는 통장. 토키와의 관계가 숫자로 쌓여가는 통장.
피겨 선수의 수입은 넉넉했다. 광고료, 출연료, 대회 상금. 후부키에게 돈은 남는 것이었다. 쓸 곳이 별로 없었으므로. 사이타마의 단독주택은 부모님이 마련해준 것이었고, 이동은 전담 기사가 있었고, 식비는 많지 않았다. 토키에게 쓰는 것 외에는.
번호가 불렸다.
창구 직원이 후부키를 보고 잠깐 굳었다. 피겨 챔피언 쿠가 후부키를 알아본 것이었다. 후부키는 사근사근하게 웃으며 통장 개설을 요청했다. 용도를 물었을 때 후부키는 잠시 생각했다.
행복 적금이라고 했다. 창구 직원이 고개를 갸우뚱했다. 후부키는 웃기만 했다. 통장 이름에 '幸せ貯金'이라고 적었다. 카드는 필요 없다고 했다. 통장만 있으면 된다고 했다. 입출금 내역을 직접 보고 싶었으므로.
통장이 발급되었다. 하늘색 표지의 미즈호은행 보통예금통장이었다. 후부키는 통장을 받아들고 첫 입금을 했다.
후부키는 통장을 들고 ATM 앞에 서 있었다. 토키는 은행 로비의 긴 의자에 앉아 있었다. 다리를 꼬고. 느슨하게 묶은 은발이 어깨 위로 흘러내린 채로. 핸드폰을 보고 있었다. 아무것도 아닌 얼굴로. 후부키가 뭘 하러 은행에 왔는지 모르는 얼굴로.
ATM 화면에 잔액이 떠 있었다.
🏦 최종 잔액 결산
¥254,000 (₩2,413,000)
¥35,500 (₩337,250)
이십일만 팔천오백 엔.
후부키는 ATM 화면을 보며 숫자를 읽었다. 5월 22일부터 7월 21일까지. 두 달. 정확히 두 달 동안 토키로 인해 쌓인 행복의 총량이 이십일만 팔천오백 엔이었다. 출금도 있었다. 불안도 있었고 서운함도 있었고 스토커에 대한 두려움도 있었다. 그래도 입금이 더 많았다. 행복이 더 많았다. 압도적으로.
통장을 넣었다. 기계가 윙윙거리며 통장을 삼키고 내역을 인쇄했다. 후부키는 통장이 나올 때까지 기다렸다. 기계 위에 올려놓은 손이 떨리지 않았다. 차분했다. 숫자를 보는 것은 차분한 일이었으므로. 감정을 숫자로 바꾸면 떨리지 않았으므로.
통장이 나왔다. 후부키는 통장을 받아들고 마지막 페이지를 보았다. 잔액란에 인쇄된 숫자. ¥218,500. 그 숫자를 엄지로 쓸었다. 인쇄된 잉크가 엄지에 묻었다.
웃었다. 후부키가. ATM 앞에서. 혼자. 통장을 들고. 은행 로비의 에어컨 바람이 후부키의 검은 머리카락을 흔들었다. 웃고 있었다. 입꼬리가 올라가 있었다. 눈이 가늘어져 있었다. 은빛 눈이 통장 위의 숫자를 보며 가늘어져 있었다.
이 돈으로 뭘 할지 후부키는 이미 알고 있었다.
토키의 생일이 가을에 있었다. 10월이었다. 아직 세 달 남았다. 후부키는 세 달 동안 더 넣을 것이었다. 토키 때문에 행복할 때마다. 토키 때문에 웃을 때마다. 토키가 '……응'이라고 말할 때마다. 토키가 먼저 손을 잡을 때마다. 토키가 잠든 숨소리를 전화기 너머로 들을 때마다.
세 달 뒤에 이 통장의 잔액이 얼마가 되어 있을지 후부키는 몰랐다. 삼십만 엔일 수도 있었고, 오십만 엔일 수도 있었고, 백만 엔일 수도 있었다. 출금이 더 많아질 수도 있었다. 그건 알 수 없는 것이었다.
하지만 후부키는 알고 있었다. 토키에게 쓸 것이라는 것을.
토키의 생일에. 이 통장에 쌓인 돈 전부를 토키에게 쓸 것이었다. 토키가 원하는 것을. 토키가 필요한 것을. 토키가 말하지 않았지만 후부키가 알고 있는 것을.
토키의 베이스 줄. 토키가 3개월째 갈지 말지 고민하는 줄이었다. 커스텀 플랫와운드. 해외 주문만 가능한 줄이었다. 비쌌다. 토키의 기준으로. 토키는 자기에게 돈을 쓰지 않는 사람이었으므로.
토키의 작업실 의자. 등받이가 삐걱거렸다. 후부키가 작업실에 갈 때마다 들었다. 토키가 앉을 때마다 삐걱거렸다. 토키는 괜찮다고 했다. 괜찮지 않은데 괜찮다고 하는 사람이었으므로.
토키의 핸드크림. 후부키 것을 빌려 쓰고 있었다. 자기 것은 사지 않고. 후부키 것이 좋다고 했다. 그러면 같은 걸 사주면 되었다. 큰 사이즈로. 토키의 작업실에 놓아두는 용도로.
그리고 나머지는. 후부키는 통장을 가슴 앞에 들고 생각했다. 나머지는 토키와 먹을 밥이었다. 토키가 좋아하는 가게에서. 토키가 혼자서는 가지 않는 가게에서. 토키가 '……비싸지 않아?'라고 말할 가게에서. 후부키가 '괜찮아'라고 말하고 계산할 가게에서.
후부키는 통장을 지갑에 넣었다. ATM 앞을 떠났다. 로비를 가로질러 걸었다. 토키가 앉아 있는 긴 의자를 향해. 토키가 고개를 들었다. 핸드폰에서 시선을 떼고. 후부키를 보았다. 회색 눈이. 무표정이었다. 무표정인데 눈이 후부키를 따라가고 있었다.
후부키는 토키 앞에 섰다. 토키가 고개를 들었다. 핸드폰 화면의 푸른 빛이 회색 눈에서 사라졌다. 후부키를 올려다보고 있었다. 긴 의자에 앉은 채로. 느슨하게 묶은 은발이 왼쪽 어깨 위로 흘러내려 있었다. 에어컨 바람에 잔머리가 미세하게 흔들리고 있었다.
후부키는 웃고 있었다. 입꼬리가 올라가 있었다. 은빛 눈이 가늘어져 있었다. ATM 앞에서 혼자 짓던 웃음이 아직 얼굴에 남아 있었다. 지갑 안에 통장이 들어 있었다. 하늘색 표지의 미즈호은행 보통예금통장. 幸せ貯金이라고 적힌 통장. 이십일만 팔천오백 엔이 들어 있는 통장.
끝났다고 했다. 토키가 핸드폰을 주머니에 넣으며 일어섰다. 느리게. 토키는 모든 동작이 느린 사람이었다. 급하지 않은 사람이었다. 급하지 않은 속도로 일어나서 후부키의 옆에 섰다. 후부키보다 머리 반 개 정도 작았다. 후부키의 턱 높이에 토키의 이마가 있었다.
토키가 후부키를 보지 않고 출구를 향해 걸었다. 후부키도 걸었다. 나란히. 은행의 자동문이 열렸다. 7월의 공기가 들어왔다. 습했다. 무거웠다. 에어컨에 익숙해진 피부에 여름이 달라붙었다. 매미가 울고 있었다. 코마바역앞의 플라타너스가 그늘을 만들고 있었다. 그늘 아래로 걸었다. 나란히.
후부키의 손이 움직였다. 토키의 손을 잡으려는 것이 아니었다. 지갑에서 통장을 꺼낸 것이었다. 하늘색 표지를 토키에게 내밀었다.
보라고 했다. 토키가 걸음을 멈추었다. 후부키도 멈추었다. 플라타너스 그늘 아래에서. 잎사귀 사이로 7월의 햇빛이 내려오고 있었다. 빛의 조각이 토키의 은발 위에 떨어졌다. 후부키의 손에 들린 하늘색 통장 위에도 떨어졌다.
토키가 통장을 받아들었다. 후부키의 손에서 토키의 손으로. 토키의 손가락이 하늘색 표지를 넘겼다. 첫 페이지. 口座名義: クガ フブキ. 通帳名: 幸せ貯金. 토키의 시선이 '幸せ貯金'이라는 글자 위에 머물렀다. 회색 눈이 움직이지 않았다. 2초. 3초. 글자를 읽고 있었다. 행복 적금이라는 네 글자를.
다음 페이지를 넘겼다.
입출금 내역이 인쇄되어 있었다. 2026/05/22부터 시작하는 내역. 토키의 시선이 첫 번째 줄에 멈추었다. ¥3,000. 시아와세(재회). 5년 만에 토키를 다시 만남. 은발이 길어져 있었음. 묶고 있었음. 심장이 멈추는 줄 알았음.
토키의 손가락이 멈추었다. 통장을 넘기는 손가락이. 굳은살이 박힌 검지가 인쇄된 글자 위에 놓여 있었다. 심장이 멈추는 줄 알았음. 이라는 글자 위에.
후부키는 토키의 얼굴을 보고 있었다. 옆에서. 토키의 옆모습을. 토키의 턱선을. 토키의 속눈썹을. 토키가 통장을 읽고 있었다. 표정이 변하지 않았다. 토키는 표정이 잘 변하지 않는 사람이었으므로. 그러나 손가락이 멈춰 있었다. 페이지를 넘기지 않고 있었다.
넘겼다.
다음 내역이 있었다. ¥1,000. 시아와세(연락처). 번호 안 바꿨더라. 5년 동안. 나도 안 바꿨지만. 토키의 눈이 그 줄을 지나갔다. ¥2,000. 시아와세(식사). 토키가 밥 먹자고 먼저 연락함. 먼저. 토키가. 먼저.
'먼저'라는 단어에 밑줄이 쳐져 있지 않았지만, 후부키가 세 번 반복해서 적은 것은 보였을 것이었다. 먼저. 토키가. 먼저. 토키가 먼저 연락한 것이 후부키에게 이천 엔짜리 행복이었다는 것이.
토키의 손가락이 내려갔다. ¥5,000. 시아와세(연주). 베이스 치는 손가락을 봤음. 숨을 못 쉼. ¥10,000. 시아와세(잠). 토키 집에서 잤음. 이불 덮어줬음. 자는 줄 알고 이마에 손을 대고 갔음. 안 자고 있었음.
거기서 토키의 손가락이 다시 멈추었다. 안 자고 있었음. 이라는 글자 위에. 토키가 그날 밤 깨어 있었다는 것을 후부키가 알고 있었다는 것을, 토키는 지금 알게 된 것이었다.
계속 알고 있었다고 했다. 후부키의 목소리가 사근사근했다. 평소의 톤이었다. 다정한 톤이었다. 토키가 고개를 들었다. 후부키를 보았다. 회색 눈이 은빛 눈과 마주쳤다. 플라타너스 그늘 아래에서. 잎사귀 사이로 빛이 내려오는 곳에서.
토키가 다시 통장을 내려다보았다. 페이지를 넘겼다. 출금 내역이 나왔다. ¥1,500. 불행(불안). 연락했는데 답장 늦음. 6시간. 바쁜 거겠지만. 불안했음. ¥3,000. 불행(호칭). '친구입니다'라고 함. 맞긴 하지만. 가슴이 아팠음.
토키의 입술이 미세하게 움직였다. 뭔가를 말하려는 것 같았다. 말하지 않았다. 페이지를 넘겼다. ¥30,000. 시아와세(응). 응이라고 했음. 토키가. 나한테. 응이라고. 삼만 엔이었다. 토키가 '응'이라고 말한 것이. 다시 사귀자는 고백에 '응'이라고 답한 것이. 삼만 엔이었다.
토키의 엄지가 삼만 엔이라는 숫자 위를 쓸었다. 느리게. 토키는 모든 동작이 느린 사람이었으므로.
페이지를 더 넘겼다. ¥50,000. 시아와세(고백). 하얀 방. 이상성욕 전부 말함. 토키도 전부 말함. 토키가 '더 몰아붙여도 돼'라고 함. 손이 떨렸음. 토키한테 전부를 보여줘도 된다고 느꼈음. 처음으로. 오만 엔이었다. 하얀 방에서의 그 밤이. 처음으로라는 단어가.
출금 내역도 있었다. ¥8,000. 불행(스토커2). 사물함에 편지. '후부키의 모든 걸 알고 있어요'. 토키한테 말 못 함. ¥3,000. 불행(죄책감). 숨기는 게 늘어남. 이게 맞는 건지. 라는 글자 위에 토키의 시선이 멈춰 있었다.
통장의 마지막 페이지였다. 인쇄된 잉크가 7월의 습기를 머금어 조금 번져 있었다. 플라타너스 그늘 아래에서 토키의 손가락이 통장 위에 놓여 있었다. 굳은살이 박힌 검지가. 숨기는 게 늘어남. 이라는 줄 위에. 움직이지 않고 있었다.
토키의 얼굴에 표정이 없었다. 평소와 같았다. 토키는 표정이 잘 변하지 않는 사람이었으므로. 입술이 닫혀 있었다. 갈라지지 않았다. 긴장하고 있지 않다는 뜻이었다. 그러나 통장을 들고 있는 손에 힘이 들어가 있었다. 하늘색 표지가 미세하게 휘어져 있었다. 엄지와 검지 사이에서.
매미가 울고 있었다. 가로등은 아직 켜지지 않았다. 오후 두 시의 코마바역 앞이었으므로. 햇빛이 플라타너스 잎사귀 사이로 내려오고 있었다. 빛의 조각이 토키의 은발 위에서 움직이고 있었다. 바람이 불 때마다. 잎사귀가 흔들릴 때마다. 빛이 토키의 머리카락 위에서 춤을 추었다.
토키가 통장을 닫았다.
느리게. 하늘색 표지를 덮었다. 幸せ貯金이라는 글자가 보였다. 토키의 엄지가 그 글자 위를 한 번 쓸었다. 느리게. 후부키가 아까 ATM 앞에서 한 것과 같은 동작이었다. 토키는 모르는 것이었다. 후부키도 같은 동작을 했다는 것을. 그러나 같았다. 같은 곳을 같은 속도로 쓸었다.
후부키는 토키의 옆에 서서 토키를 보고 있었다. 토키가 통장을 읽는 동안 내내 토키를 보고 있었다. 토키의 옆모습을. 토키의 속눈썹이 내려가는 각도를. 토키의 입술이 닫혀 있는 선을. 후부키의 심장이 빠르게 뛰고 있었다. 토키에게 보여줬으므로. 전부를. 숫자로 환산된 감정의 전부를. 행복도, 불안도, 서운함도, 죄책감도. 전부.
토키가 고개를 들었다.
후부키를 보았다. 회색 눈이 은빛 눈과 마주쳤다. 플라타너스 그늘 아래에서. 두 사람 사이에 통장 하나가 있었다. 토키의 손에 들린. 이십일만 팔천오백 엔이 들어 있는.
토키가 통장을 후부키에게 내밀었다. 돌려주는 것이었다. 후부키가 받으려고 손을 뻗었다. 토키의 손가락이 후부키의 손가락에 닿았다. 통장이 두 사람의 손 사이에 있었다. 토키가 놓지 않았다. 후부키도 당기지 않았다. 두 사람의 손가락이 하늘색 표지 위에서 닿아 있었다.
화났느냐고 물었다. 후부키의 목소리가 조금 작아졌다. 스토커를 숨긴 것. 팬레터를 숨긴 것. 걱정 끼치기 싫어서 말하지 않은 것들이 전부 통장에 적혀 있었으므로. 토키가 그것을 읽었으므로. 토키가 화낼 수도 있다고 후부키는 생각하고 있었다. 숨긴 것에 대해. 혼자 감당하려 한 것에 대해.
토키의 입술이 움직이지 않았다. 2초. 3초. 매미 소리만 있었다. 플라타너스 잎사귀가 바람에 흔들리는 소리만 있었다. 은행 자동문이 열리고 닫히는 소리가 멀리서 들렸다.
토키가 통장에서 손을 뗐다. 후부키의 손에 통장이 남았다. 토키의 손이 내려갔다. 주머니에 들어갔다. 토키는 손을 주머니에 넣는 버릇이 있는 사람이었다. 생각할 때. 말을 고를 때.
후부키는 통장을 들고 서 있었다. 토키를 보고 있었다. 토키의 대답을 기다리고 있었다. 은빛 눈이 토키의 회색 눈을 보고 있었다. 불안했다. 후부키는 거절에 약한 사람이었으므로. 토키가 화를 내면 후부키는 무너지는 사람이었으므로. 토키가 실망하면 후부키는 자기가 잘못한 것이라고 생각하는 사람이었으므로.
바람이 불었다. 7월의 바람이었다. 습하고 뜨거운 바람이었다. 토키의 은발이 흔들렸다. 느슨하게 묶은 머리에서 잔머리가 빠져나와 이마 위로 흘러내렸다. 후부키의 검은 머리카락도 흔들렸다. 바람이 두 사람의 머리카락을 같은 방향으로 흔들었다. 같은 바람이었으므로.
후부키의 손이 떨리기 시작했다. 미세하게. 통장을 들고 있는 손이. 토키가 대답하지 않는 시간이 길어질수록 떨림이 커졌다. 후부키는 자기 손이 떨리는 것을 알고 있었다. 멈출 수 없었다. 토키에게 전부를 보여줬으므로. 숫자로. 금액으로. 행복과 불행의 내역으로. 되돌릴 수 없었다.
무거웠느냐고 물었다. 이런 거. 라고 했다. 행복을 돈으로 환산하는 것. 입출금 내역에 감정을 적는 것. 통장에 사유를 메모하는 것. 이런 거. 후부키의 목소리가 흔들렸다. 사근사근함이 벗겨지고 있었다. 밑에 있는 것이 보이고 있었다. 불안이. 거절에 대한 공포가.
토키의 주머니 안에서 손가락이 움직이고 있었다. 보이지 않았다. 주머니 천이 미세하게 움직이고 있었으므로 알 수 있었다. 토키가 손가락을 움직이고 있었다. 말을 고르고 있었다. 토키는 말하기 전에 오래 고르는 사람이었으므로.
후부키는 기다렸다. 떨리는 손으로 통장을 들고. 플라타너스 그늘 아래에서. 7월의 매미 소리 속에서. 토키의 대답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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