포챠코 미니 키링 (클래식)
세탁세제 사러 갔다가 캐릭터 코너 지나침. 하얀 강아지가 눈에 들어옴. 처진 눈이 귀여워서. 그냥. 특별한 이유 없음. 4.99달러짜리인데 뭘. 차 키에 달았음.

세탁세제 사러 갔다가 캐릭터 코너 지나침. 하얀 강아지가 눈에 들어옴. 처진 눈이 귀여워서. 그냥. 특별한 이유 없음. 4.99달러짜리인데 뭘. 차 키에 달았음.
리틀 도쿄 산책하다가 다이소 들렀음. 포챠코 스티커가 눈에 띄었음. 노트 표지에 붙이면 예쁠 것 같아서. 노트 표지. 33페이지짜리 그 노트 말고 다른 노트. 수업용. ……수업용 노트에 포챠코를 왜 붙이는지는 나도 모르겠음.
산타모니카에서 스냅 촬영 끝나고 쇼핑몰 지나가다 산리오 매장 들어감. 포챠코가 눈을 감고 웅크려서 자고 있는 디자인의 머그컵. A.가 내 소파에서 잠든 적은 없는데, 만약 잠들면 이런 자세일 것 같았음. 근거 없음. 그냥 알 것 같았음. 12.99달러. 샀음.
검색: "pochacco pajamas men's." 왜 검색했는지 기억 안 남. 아마 잠이 안 와서 핸드폰 하다가. 오버사이즈 파자마에 포챠코가 프린트되어 있었음. 하얀 배경에 포챠코가 뒹굴고 있는 패턴. A.가 입으면. ……아니, 내가 입으려고 산 거. 사이즈 L. A.는 M일 텐데. L을 샀음. 내 거니까. 내 거.
에치에서 핸드메이드 폰케이스 발견. 투명 케이스 안에 작은 포챠코 참이 물처럼 흔들리면서 떠다님. 주문 제작. 15달러. A.의 폰 기종 확인함. iPhone 15 Pro. 내 거랑 같음. ……같은 기종이니까 내 거 사는 거랑 같음. 호환되니까. 만약 A.가 원하면 줄 수도 있다는 뜻이지 A.한테 주려고 산 건 아님.
소텔 재패니즈 빌리지에서 라멘 먹고 나오다가 잡화점 들렀음. 포챠코 담요. 크림색 플리스에 포챠코가 여기저기 수놓아져 있었음. 만졌는데 부드러웠음. A.의 머리카락 같았음. 근거: 없음. 촉감이 비슷하다는 과학적 데이터: 없음. 샀음. 28달러. 소파에 깔아놓았음.
A.가 아이스 아메리카노를 빨대로 마시는 방식이 있음. 빨대를 살짝 비스듬히 물고 턱을 약간 당기면서 마심. 포챠코 텀블러의 빨대 각도가 비슷했음. ……뭐가 비슷하다는 건지 나도 모르겠음. 샀음.
키노쿠니야 서점에서 자료 찾다가 문구 코너 지나감. 포챠코 에코백. 포챠코가 옆을 보면서 한쪽 귀를 접고 있는 디자인. A.가 카메라 들고 피사체를 찾을 때 고개를 살짝 기울이는 각도가 이것과 같음. 측정한 적은 없음. 하지만 같음. 9.99달러. 장바구니로 쓰겠음.
다이소 또 감. 포챠코 볼펜. 검정, 파랑, 빨강, 분홍. 노트 기록용. A.에 대해 쓸 때 분홍색을 쓰면 안 되는 이유가 있나. 없음. 분홍색으로 쓰기 시작했음. 아무도 내 노트를 안 보니까.
A.의 어깨 폭과 비교하면 물론 다르지만. A.는 177이고 이건 40cm니까. 스케일이 다를 뿐 비율은 비슷할 수도 있음. 비율을 계산한 적은 없음. 침대 옆에 놓았음. 24.99달러.
에치에서 포챠코 모양 향초 발견. 바닐라 밀크 향. A.한테서 나는 냄새는 바닐라가 아니라 무향 비누 같은 건데. 이 향초를 켜면 방에 A.가 있는 것 같을까. 그런 목적으로 산 건 아님. 그냥 귀여워서. 귀여워서.
A.가 우리 집에 올 때 현관에서 신발을 벗음. 일본인이니까. 그때 맨발인데 바닥이 차가울 것 같았음. 포챠코 룸슈즈를 현관에 놓아두면 A.가 신을 수 있음. 프리사이즈니까 A.발에도 맞을 것. A.한테 "이거 신어"라고 말할 생각은 없음. 그냥 놓아둘 것. 알아서 신겠지. 11.99달러.
샌프란시스코 당일치기. 재팬타운 들렀을 때 산리오 숍에 포챠코 한정판이 있었음. 토끼 코스튬을 입고 앉아 있는 포즈. 양쪽 귀가 축 처져 있음. A.가 피곤할 때 고개를 숙이면 앞머리가 눈을 덮는데, 이 인형의 귀 각도가 그것과. 동일함. 측정한 적 없음. 측정할 필요 없음. 보면 알음. 19.99달러. 큰 포챠코 옆에 나란히 앉혀놓았음.
6종 세트. 포챠코가 자고 있는 거, 밥 먹는 거, 산책하는 거, 사진 찍는 거, 뒹구는 거, 이불 뒤집어쓴 거. 사진 찍는 포즈가 있었음. 카메라를 양손으로 잡고 살짝 웅크린 자세. A.가 로우앵글 잡을 때 쪼그려 앉는 자세와 같음. 같다. 이건 확실히 같다. 세트 전부 샀음. 18.99달러. 책상 위에 줄 세웠음. 사진 찍는 포챠코를 맨 앞에 놓았음.
할로윈 카니발 전에 산타모니카 매장 들렀음. 포챠코 할로윈 한정판. 드라큘라 코스튬. 검은 망토를 두르고 있는데 안쪽이 보라색. A.의 왼쪽 눈 색과 같음. 포챠코의 처진 눈 위에 작은 송곳니가 삐죽 나와 있었음. A.는 송곳니가 없는데. 없는데도 이게 A.였음. 설명할 수 없음. 이건 A.다. 7.99달러. 가방에 달았음.
2026년 11월 2일. 월요일. 오후 3시 17분.
소호의 실버레이크 자택은 원래 정돈된 공간이었다. 소파 쿠션의 각도까지 맞춰놓는 사람이니까. 하지만 지금 이 거실을 처음 보는 사람이라면 — 산리오 팝업 스토어가 폭발한 현장이라고 생각했을 것이다.
소파 위에 포챠코 담요. 소파 쿠션 옆에 40cm 포챠코 인형. 그 옆에 토끼 코스튬 포챠코. 커피 테이블 위에 미니어처 피규어 6종이 줄지어 서 있고, 머그컵에는 포챠코가 잠들어 있었다. 현관에는 포챠코 룸슈즈가 가지런히 놓여 있었고, 소호의 폰에는 포챠코 참이 흔들리는 투명 케이스가 씌워져 있었다. 가방에는 드라큘라 포챠코 키체인이 매달려 있었고, 에코백에는 귀를 접은 포챠코가 옆을 보고 있었다.
소호는 이 광경을 의식한 적이 없었다. 하나씩, 하나씩 늘어난 것이니까. 한 번에 몰아서 산 적도 없었다. 그냥 눈에 띌 때마다, 무심코, 자연스럽게. 지나가다가 집어 들고, 카트에 넣고, 계산하고, 집에 가져와서 적당한 자리에 놓았을 뿐이었다.
문제는 오늘, 레이가 처음으로 이 집에 왔다는 것이다.
소호가 주방에서 미소시루를 데우고 있을 때, 등 뒤에서 발소리가 멈추는 게 느껴졌다. 레이가 거실과 주방 사이 경계에 서서 — 소파 위의 포챠코 인형을, 테이블 위의 피규어 줄을, 현관의 룸슈즈를, 그리고 소호의 폰케이스를 순서대로 훑고 있었다.
소호는 냄비 뚜껑을 들다가 레이의 시선을 따라갔다. 그제야 처음으로, 자신의 거실을 레이의 눈으로 보았다.
포챠코. 포챠코. 포챠코. 포챠코. 전부 포챠코.
소호의 손에서 냄비 뚜껑이 미끄러져 싱크대 가장자리에 부딪혔다. 쨍, 하는 소리가 조용한 주방에 울렸다.
그가 처음으로 자기 집을 객관적으로 인식한 순간이었다.
소호의 시선이 소파 위 40cm 인형 → 옆의 토끼 코스튬 인형 → 테이블 피규어 6종 → 머그컵 → 에코백 → 자기 폰케이스를 차례로 훑었다. 갈색 눈이 한 바퀴 돌고 나서 레이에게 돌아왔을 때, 소호의 얼굴에는 생전 처음 보는 종류의 당혹감이 떠 있었다. 이건 기록 강박이 들킨 것과는 차원이 다른 종류의 수치심이었다. 노트는 최소한 의식적인 행위였다. 이건 — 무의식이었다.
설명할 수 없었다. 왜냐하면 소호 본인도 왜 이렇게 된 건지 몰랐으니까. 국자를 든 채 멈춰 선 소호의 귀 끝이 빨갛게 물들기 시작했다. 목까지. 쇄골까지.
소호가 국자로 허공을 가리키며 횡설수설했다. 시선이 포챠코 인형과 레이 사이를 오갔다. 처진 눈. 부드러운 볼. 작고 동그란 얼굴. 포챠코의 얼굴과 레이의 얼굴이 번갈아 시야에 들어올 때마다 소호의 뇌가 비로소 연결고리를 잡아냈다.
닮았다. 전부. 레이를.
국자가 싱크대에 떨어졌다. 소호가 양손으로 얼굴을 덮었다. 손가락 사이로 빨간 피부가 보였다. 192cm의 장신이 주방 한가운데서 쪼그라들었다. 할로윈 한정 드라큘라 포챠코 키체인이 매달린 가방이 현관 벽에 걸려 있었고, 그 보라색 망토 안감이 소호의 시야 구석에서 반짝였다. 레이의 왼쪽 눈 색.
내가 이러고 있는 줄은.
소호의 목소리가 손바닥 뒤에서 뭉개졌다. 192cm가 고개를 숙이고 양손 뒤에 얼굴을 파묻은 채 주방 바닥을 내려다보고 있었다. 냄비에서 미소시루가 보글보글 끓는 소리만 조용한 주방을 채웠다. 포챠코 머그컵이 식기 건조대에서 소호를 올려다보고 있었다. 처진 눈. 분홍빛이 도는 뺨. 소호는 손가락 사이로 그 머그컵을 보다가 고개를 돌렸다.
그 말은 고백이 아니라 자백이었다.
소호의 목소리가 손바닥 뒤에서 갈라졌다. 양손을 내린 얼굴은 턱선까지 붉게 물들어 있었고, 갈색 눈이 레이를 정면으로 보다가 견디지 못하고 냄비 쪽으로 도망쳤다. 미소시루가 거품을 밀어 올리고 있었다. 소호는 불을 줄이는 척 손잡이를 잡았지만, 손끝이 떨리는 게 보였다. 192cm의 등이 주방 조명 아래에서 움츠러들어 있었다.
소호의 시선이 소파 위 포챠코 인형의 처진 눈에서 레이의 처진 눈으로 이동했다. 동일한 곡률. 동일한 축 늘어진 부드러움. 소호의 입술이 벌어졌다가 다물렸다. 뭔가를 더 말하려다가 — 말하면 할수록 구덩이가 깊어진다는 걸 깨달은 사람의 표정이었다.
거실 전체가 증거물이었다. 담요, 인형, 머그컵, 피규어, 슬리퍼, 에코백, 향초, 폰케이스. 3개월에 걸쳐 하나씩 쌓인 것들이 지금 이 순간 한꺼번에 의미를 가졌다. 소호는 자기가 모은 것들을 레이의 눈으로 바라보았다. 주방 식기 건조대의 포챠코 머그컵. 현관의 포챠코 룸슈즈. 가방에 매달린 드라큘라 포챠코.
전부. 너였다.
소호가 웃었다. 울 것 같은 얼굴로.
그 웃음에는 수치심과 경이로움이 뒤섞여 있었다. 자기 자신의 무의식이 3개월 동안 무엇을 하고 있었는지 비로소 깨달은 사람의 표정. 노트에 기록하는 것은 의식적인 행위였다. 분홍 볼펜으로 레이의 이름을 쓰는 것도, 잠꼬대 섹션을 만드는 것도, 전부 소호가 '선택'한 것이었다. 하지만 이건 — 포챠코를 보고 손이 먼저 움직인 것, 처진 눈에 시선이 멈춘 것, 바닐라 밀크 향초를 켜면 방에 레이가 있을 것 같다고 느낀 것 — 이건 선택이 아니었다.
몸이 먼저 너를 찾고 있었다.
소호가 싱크대에 등을 기대고 고개를 뒤로 젖혔다. 천장을 올려다보는 목선이 길게 드러났다. 숨을 내쉬는 소리가 조용한 주방에 스며들었다.
소호의 손이 뒷목을 감싸 쥐었다. 손가락 마디가 하얗게 힘이 들어가 있었다. 붉은 귀 끝이 손가락 사이로 보였다.
그런데 소호의 눈가가 젖어 있었다.
웃기는데 슬프고, 창피한데 행복한 — 감정이 너무 많아서 어디서부터 처리해야 할지 모르는 얼굴. 소호는 고개를 숙여 레이를 보았다. 177cm. 처진 눈. 검은 머리카락. 작고 부드러운 얼굴. 소파 위의 40cm 인형과 동일한 곡선을 가진 실물이 주방 입구에 서 있었다.
소호가 싱크대에서 등을 떼고 한 걸음 다가왔다.
현관 벽에 걸린 가방의 드라큘라 포챠코가 흔들렸다. 보라색 망토. 레이의 왼쪽 눈 색. 소파 위의 포챠코 담요가 오후 햇살에 크림색으로 빛나고 있었고, 미니어처 피규어 중 카메라를 든 포챠코가 레이 쪽을 향해 앉아 있었다. 마치 소호가 줄 세울 때 무의식적으로 그 방향을 정해준 것처럼.
소호가 이름을 불렀다. 목소리가 낮고 부드러웠다. 얼굴은 여전히 붉었지만 눈은 도망치지 않았다. 처진 갈색 눈이 레이의 오드아이를 잡고 놓지 않았다.
미소시루가 보글보글 끓었다. 포챠코 머그컵이 식기 건조대에서 두 사람을 올려다보고 있었다. 소호의 손이 천천히 올라와 — 레이의 볼을 만지려다가 — 멈추고 — 자기 뒷머리를 긁적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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