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악이 좋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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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6-09-05 22:26
놓지 마, 그 손

에어컨이 멈추었다.

타이머. 새벽 2시에 꺼지도록 설정해둔 타이머. 윙, 하고 돌던 소리가 사라졌다. 방 안이 갑자기 조용해진 것이었다. 소리가 빠진 공간. 그 공간 안에 남은 것은 두 사람의 숨소리뿐이었다. 후부키의 숨. 토키의 숨. 그리고 시모키타자와의 밤이 창문 너머에서 울리는 소리. 먼 전철. 어딘가의 고양이. 9월의 공기가 창틈으로 스며들기 시작했다.

후부키는 잠들어 있었다. 토키의 이불 위에서. 옆으로 누운 채로. 목폴라를 입은 채로. 바지도 입은 채로. 옷을 다 입고 잠든 것이었다. 의자에서 내려온 토키가 옆에 누운 뒤 후부키가 먼저 잠든 것이었다. 술이 약했으므로. 반 캔이면 잠드는 사람이었으므로. 후부키의 흑발이 이불 위에 펼쳐져 있었다. 은안이 감겨 있었다. 속눈썹이 볼 위에 그림자를 만들고 있었다. 가로등 빛이 커튼 사이로 들어오고 있었으므로.

토키는 잠들지 않았다. 후부키의 옆에 누워. 천장을 보고 있었다. 선풍기의 날개가 보였다. 꺼져 있는 선풍기. 날개가 멈추어 있었다. 돌지 않았다. 토키의 회색 눈이 멈추어 있는 날개를 보고 있었다.

후부키의 숨소리가 일정했다. 들이쉬고, 내쉬고. 들이쉬고, 내쉬고. 4초 간격. 운동선수의 호흡. 잠들어도 일정한 호흡. 토키의 옆에서. 토키의 이불 위에서. 토키의 방 안에서.

토키의 손이 옆으로 뻗었다. 후부키의 머리카락에 닿으려는 것이었다. 닿기 직전에 멈추었다. 손가락 끝이 흑발의 가닥 하나에서 1센티미터 떨어진 곳에서 멈추어 있었다. 토키는 닿지 않았다. 잠든 사람을 깨우지 않으려는 것이었다.

손이 돌아왔다. 토키의 가슴 위에. 양손이 가슴 위에 겹쳐져 있었다. 천장을 보며. 잠들지 않고.

그때 공기가 바뀌었다.

바뀐 것은 온도가 아니었다. 습도가 아니었다. 소리가 아니었다. 설명할 수 없는 것이었다. 공기의 질감이 바뀐 것이었다. 방 안의 공기가 한 순간 무거워졌다. 가라앉은 것이었다. 바닥으로. 토키의 폐 안으로 들어오는 공기가 평소와 달랐다. 밀도가 달랐다. 무언가가 있었다. 방 안에. 아까까지 없던 것이.

토키의 눈이 천장에서 내려왔다. 방 안을 보았다. 책상. 의자. 베이스 기타. 앰프. 맥주캔 두 개. 커튼. 창문.

그리고——

책상 옆에 사람이 서 있었다.

토키의 몸이 굳었다. 반사적으로. 후부키의 옆에서. 이불 위에서. 토키의 손이 후부키의 팔 위에 놓였다. 반사적으로. 보호하려는 것이 아니었다. 확인하려는 것이었다. 후부키가 여기 있다는 것을.

서 있는 사람의 윤곽이 보였다. 가로등 빛이 커튼 사이로 들어오고 있었으므로. 실루엣. 남자. 가늘고 긴 체격. 은발. 느슨하게 묶은 머리. 176센티미터 정도의 키.

토키였다.

토키의 회색 눈이 넓어졌다. 자기가 누워 있는데 자기가 서 있었다. 같은 얼굴. 같은 머리카락. 같은 체격. 그런데 달랐다. 서 있는 사람의 은발은 더 짧았다. 턱선까지. 묶지 않은 머리. 옷이 달랐다. 검은 수트. 세 조각. 타이는 매지 않았다. 셔츠의 첫 번째 단추가 풀려 있었다. 쇄골이 보였다. 토키의 쇄골과 같은 쇄골. 왼손 약지에 반지가 있었다. 백금. 가로등 빛을 받아 미세하게 빛나고 있었다.

서 있는 사람의 회색 눈이 이불 위를 보고 있었다. 누워 있는 토키를 보지 않았다. 후부키를 보고 있었다. 잠들어 있는 후부키를. 흑발이 펼쳐진 것을. 감긴 은안을. 목폴라를 입고 잠든 것을.

서 있는 사람의 입이 열렸다.

御門 時 미카도 토키 ⧙

" ——……起きてる?
——……오키테루?
——……깨어 있어? "

누워 있는 토키를 향한 말이었다. 같은 목소리. 같은 톤. 같은 높이. 낮고 신중한 목소리. 토키의 목소리. 그런데 그 목소리 안에 토키에게 없는 것이 있었다. 피로. 깊은 피로. 오래된 피로. 누적된 것. 잠으로 해결되지 않는 종류의.

누워 있는 토키는 대답하지 않았다. 후부키의 팔 위에 놓인 손에 힘이 들어가 있었다. 후부키가 움직이지 않았다. 잠들어 있었으므로. 깊이.

서 있는 사람이 한 발짝 다가왔다. 구두 소리가 나지 않았다. 바닥이 이불이었으므로. 이불의 가장자리에 구두 끝이 닿아 있었다.

" ——……オレだよ。……説明が面倒だから手短に言う
——……오레다요. ……세츠메-가 멘도-다카라 테미지카니 이우
——……나야. ……설명이 귀찮으니까 짧게 말할게 "

나라고 했다. 서 있는 사람이. 짧게 말하겠다고 했다. 토키의 말투. 토키의 습관. 설명을 싫어하는 것. 짧게 끝내는 것. 그런데 목소리 안의 피로가 토키의 것과 달랐다. 토키의 피로는 세션과 작곡에서 오는 것이었다. 서 있는 사람의 피로는 다른 곳에서 오는 것이었다.

서 있는 사람이 쪼그려 앉았다. 이불 가장자리에. 무릎을 꿇지 않았다. 쪼그려 앉은 것이었다. 수트의 무릎이 접혔다. 회색 눈이 후부키의 얼굴을 보고 있었다. 가까운 거리에서. 잠든 얼굴을. 감긴 은안을. 속눈썹을.

서 있는 사람의 손이 올라갔다. 후부키의 머리카락을 향해. 닿기 직전에 멈추었다. 아까 누워 있는 토키가 한 것과 같은 동작. 닿지 않은 것. 1센티미터의 거리. 같은 사람이었으므로 같은 동작을 하는 것이었다. 습관이 같은 것이었다.

손이 돌아갔다. 무릎 위에. 서 있는 사람——다른 토키가 고개를 돌렸다. 누워 있는 토키를 보았다. 회색 눈과 회색 눈이 마주쳤다. 같은 눈. 같은 은색 점. 거울이 아닌 곳에서 자기 눈을 보는 것. 토키는 그런 경험을 한 적이 없었다.

御門 時 미카도 토키[다른 세계] ⧙

" ——……そっちの吹雪、…………寝てる?
——……네테루?
——……자고 있어? "

잠든 후부키를 향한 것이 아니었다. 누워 있는 토키를 향한 것이었다. 다른 토키의 회색 눈이 가로등 빛 아래에서 반쯤 감겨 있었다. 피로. 오래 잠들지 못한 사람의 눈. 안와 아래에 그림자가 있었다. 누워 있는 토키에게는 없는 그림자. 시간이 만든 그림자. 같은 얼굴인데 같은 얼굴이 아닌 것.

누워 있는 토키는 대답하지 않았다. 후부키의 팔 위에 손을 올린 채로 다른 토키를 보고 있었다. 회색 눈이 좁아져 있었다. 경계가 아니었다. 관찰이었다. 토키는 모르는 것을 관찰하는 사람이었으므로. 베이스 라인을 분석하듯. 소리의 구조를 파악하듯. 자기와 같은 얼굴을 한 사람의 구조를 파악하고 있었다.

다른 토키의 왼손이 무릎 위에서 움직였다. 약지의 백금 반지가 가로등 빛을 받았다. 미세한 빛. 후부키의 얼굴 위에 그 빛의 반사가 지나갔다. 잠든 얼굴 위에. 속눈썹 위에.

御門 時 미카도 토키[다른 세계] ⧙

" ——……今のお前の人生が、全部の中で一番最悪だ
——……이마노 오마에노 진세-가, 젠부노 나카데 이치반 사이아쿠다
——……지금 너의 인생이, 전부 중에서 가장 최악이야 "

최악이라고 했다. 다른 토키가. 가장 최악. 전부 중에서. 누워 있는 토키의 눈이 미세하게 떨렸다. 후부키의 팔 위에 놓인 손에 힘이 들어갔다. 최악. 그 단어가 방 안의 공기 속에서 가라앉았다. 무거운 단어. 무거운 공기.

" ——……オレはそっちにない全部を持ってる。金も、名前も、評価も。……ロンドンフィルのレジデント・ベーシストで、NHK大河の劇伴やって、印税で吹雪と暮らすはずだった家を建てた
——……오레와 솟치니 나이 젠부오 못테루. 카네모, 나마에모, 효-카모. ……론돈 피루노 레지덴토 베-시스토데, NHK 타이가노 게키반 얏테, 인제-데 후부키토 쿠라스 하즈닷타 이에오 타테타
——……나는 네 쪽에 없는 전부를 가지고 있어. 돈도, 이름도, 평가도. ……런던 필의 레지던트 베이시스트고, NHK 대하드라마 극반을 하고, 인세로 후부키와 살 집을 지었어 "

누워 있는 토키의 손가락이 후부키의 팔 위에서 멈추었다. 런던 필. 레지던트 베이시스트. NHK 대하드라마의 극반. 인세. 집. 토키가 가지지 못한 것들이 나열되고 있었다. 토키의 현재. 시모키타자와의 원룸. 세션 일. 불규칙한 수입. 작곡료가 들어오면 기타 줄을 사고 남은 돈으로 편의점 도시락을 사는 생활. 후부키가 가져온 식재료로 후부키가 해준 밥을 먹는 생활. 그것이 최악이라고 했다. 전부 중에서 가장.

다른 토키의 목소리가 낮아졌다. 한 톤 더. 토키의 목소리보다 낮았다. 성대가 더 많이 쓰인 목소리. 더 오래 말한 목소리. 더 오래 노래하지 않은 목소리.

" ——……でも吹雪がいない
——……데모 후부키가 이나이
——……근데 후부키가 없어 "

없다고 했다. 후부키가. 다른 토키의 세계에. 그 단어가 나왔을 때 다른 토키의 회색 눈이 잠든 후부키의 얼굴에서 떨어지지 않았다. 가로등 빛 아래에서 후부키의 속눈썹이 미세하게 떨렸다. 잠든 사람의 떨림. 꿈을 꾸고 있는 것인지. 두 명의 토키의 목소리가 들리고 있는 것인지.

" ——……全部あるのに、お前だけいない
——……젠부 아루노니, 오마에다케 이나이
——……전부 있는데, 너만 없어 "

다른 토키가 후부키에게 말하고 있었다. 잠든 후부키에게. 들리지 않을 말을. 너만 없다고. 다른 토키의 왼손이 다시 올라갔다. 약지의 반지가 빛났다. 후부키의 머리카락을 향해. 이번에도 닿지 않았다. 1센티미터의 거리에서 멈추었다. 같은 습관. 같은 손. 같은 거리.

" ——……最悪の人生の吹雪でいい。……一緒に来て
——……사이아쿠노 진세-노 후부키데 이-. ……잇쇼니 키테
——……가장 최악의 인생의 후부키면 돼. ……같이 와 "

같이 오라고 했다. 다른 토키가. 가장 최악의 인생의 후부키를 데려가겠다고. 전부를 가진 세계로. 후부키만 없는 세계로.

누워 있는 토키의 몸이 움직였다. 상체가 일어났다. 이불이 밀렸다. 토키의 은발이 흘러내렸다. 느슨한 묶음에서 빠져나온 가닥들이 어깨 위로 떨어졌다. 토키의 회색 눈이 다른 토키를 보고 있었다. 같은 눈이 같은 눈을 보고 있었다.

御門 時 미카도 토키 ⧙

" ——……最悪、か
——……사이아쿠, 카
——……최악, 이라 "

최악이라는 단어를 반복한 것이었다. 토키의 목소리가 낮았다. 평소보다 낮았다. 잠에서 깨지 않은 성대. 새벽 2시의 목소리. 그 목소리 안에 감정이 있었다. 무엇인지 보이지 않았다. 분노인지. 수긍인지. 자조인지. 토키의 표정이 가로등 빛 아래에서 읽히지 않았다. 절반이 그림자 안에 있었으므로. 왼쪽 눈만 빛을 받고 있었다. 오른쪽 눈은 그림자 안에 있었다.

최악. 토키는 그 단어를 입 안에서 굴렸다. 시모키타자와의 원룸. 에어컨 타이머가 꺼진 방. 후부키가 가져온 식재료. 맥주 반 캔에 잠드는 사람. 그 사람의 팔 위에 손을 올리고 천장을 보던 자기. 후부키의 숨소리가 4초 간격인 것을 세는 자기. 머리카락에 닿으려다 멈추는 자기.

최악이라고 했다. 다른 토키가. 런던 필의 레지던트 베이시스트인 토키가. NHK 대하드라마의 극반을 한 토키가. 인세로 집을 지은 토키가. 전부를 가진 토키가. 전부를 가졌는데 후부키만 없는 토키가.

토키의 시선이 다른 토키에게서 떨어졌다. 옆으로. 잠들어 있는 후부키에게. 흑발이 이불 위에 펼쳐진 것. 감긴 은안. 속눈썹. 4초 간격의 호흡. 목폴라의 안쪽에 있는 목. 토키만 아는 목. 후부키의 쇄골. 토키만 본 쇄골. 후부키의 손. 아까 토키의 허리를 잡았던 손. 떨리면서도 놓지 않았던 손.

御門 時 미카도 토키 ⧙

" ——……そっちの吹雪は、どうしていなくなった
——……솟치노 후부키와, 도-시테 이나쿠 낫타
——……그쪽 후부키는, 왜 없어졌어 "

다른 토키의 손이 멈추었다. 무릎 위에 내려놓은 손. 약지의 반지가 가로등 빛 아래에서 빛나지 않았다. 각도가 바뀌었으므로. 쪼그려 앉은 자세에서 다른 토키의 어깨가 내려갔다. 미세하게. 숨을 내쉬는 동작이었다. 길게. 토키의 습관이 아닌 것이었다. 토키는 숨을 길게 내쉬지 않았다. 짧게 끊는 사람이었다. 다른 토키는 길게 내쉬었다. 오래된 습관. 다른 시간이 만든 습관.

御門 時 미카도 토키[다른 세계] ⧙

" ——……事故だよ。……オレの、コンサートの帰りに
——……지코다요. ……오레노, 콘사-토노 카에리니
——……사고야. ……내, 콘서트 돌아가는 길에 "

콘서트. 돌아가는 길. 다른 토키의 목소리가 낮아졌다. 한 톤이 아니었다. 반 톤. 음악을 하는 사람이 아니면 알아채지 못할 정도의 변화. 토키는 알아챘다. 같은 성대였으므로. 같은 사람이었으므로. 반 톤이 내려갔을 때 그 안에 있는 것이 무엇인지 알았다. 토키가 자기 안에서 가장 깊은 곳에 넣어두는 것. 꺼내지 않는 것. 후부키의 이름 옆에 두는 것.

다른 토키의 회색 눈이 잠든 후부키의 손을 보고 있었다. 이불 위에 펼쳐진 손. 손가락이 길었다. 가늘었다. 손톱이 깨끗하게 다듬어져 있었다. 피겨 선수의 손이 아니었다. 후부키는 피겨 선수였지만 손은 피아니스트 같은 손이었다. 다른 토키가 그 손을 보며 말했다.

" ——……タクシーの後部座席。……オレは前、吹雪は後ろ。……追突されて、後ろだけ
——……타쿠시-노 코-부자세키. ……오레와 마에, 후부키와 우시로. ……츠이토츠사레테, 우시로다케
——……택시 뒷좌석. ……나는 앞, 후부키는 뒤. ……추돌당해서, 뒤쪽만 "

뒤쪽만. 거기서 문장이 끊겼다. 다른 토키가 말을 끊은 것이었다. 끝내지 않았다. 끝내지 않아도 되는 것이었다. 뒤쪽만. 그 뒤에 오는 말은 하나뿐이었으므로.

방 안의 공기가 더 무거워졌다. 에어컨이 꺼진 방. 9월의 열기가 벽과 천장에서 내려오고 있었다. 후부키의 이마에 땀이 맺히기 시작했다. 잠든 사람의 땀. 더워서 나는 땀. 후부키의 목폴라 안쪽이 젖기 시작할 것이었다. 목과 쇄골 사이. 토키만 아는 곳.

누워 있던 토키의 상체가 완전히 일어났다. 이불 위에 앉은 것이었다. 다리를 접고. 후부키의 옆에. 토키의 손이 후부키의 팔 위에서 떨어지지 않았다. 일어나면서도 손은 그대로 있었다. 후부키의 팔 위에. 반사가 아니었다. 의지였다. 토키의 회색 눈이 다른 토키를 보고 있었다.

御門 時 미카도 토키 ⧙

" ——……それで、こっちの吹雪を持っていく
——……소레데, 콧치노 후부키오 못테이쿠
——……그래서, 이쪽 후부키를 데려간다 "

데려간다. 토키가 그 단어를 사용한 것이었다. 같이 와, 라고 말한 다른 토키에게. 데려간다, 라고 바꿔 말한 것이었다. 같은 의미였지만 같은 단어가 아니었다. 같이 온다는 것은 후부키의 의지가 포함된 것이고, 데려간다는 것은 토키의 의지만 포함된 것이었다. 토키는 그 차이를 알고 있었다. 베이시스트였으므로. 음 하나의 차이가 곡 전체를 바꾸는 것을 아는 사람이었으므로.

다른 토키의 눈이 좁아졌다. 같은 방식. 누워 있는 토키가 아까 한 것과 같은 방식. 관찰. 같은 사람이었으므로 같은 방식으로 관찰하는 것이었다. 두 명의 토키가 서로를 관찰하고 있었다. 거울이 아닌 거울.

御門 時 미카도 토키[다른 세계] ⧙

" ——……持っていくんじゃない。……迎えに来た
——……못테이쿤쟈나이. ……무카에니 키타
——……데려가는 게 아니야. ……마중 온 거야 "

마중. 다른 토키가 그렇게 말한 것이었다. 데려가는 것이 아니라 마중이라고. 다른 토키의 회색 눈이 다시 후부키에게 갔다. 잠든 후부키. 4초 간격의 호흡. 이마에 맺힌 땀. 목폴라의 섬유가 목에 붙기 시작한 것.

" ——……最悪の人生の吹雪でも、吹雪だから。……オレの吹雪だから
——……사이아쿠노 진세-노 후부키데모, 후부키다카라. ……오레노 후부키다카라
——……가장 최악의 인생의 후부키라도, 후부키니까. ……내 후부키니까 "

내 후부키. 다른 토키가 그렇게 말했다. 소유격. 토키가 사용하지 않는 단어. 토키는 후부키를 '내 것'이라고 말한 적이 없었다. 한 번도. 5년 전에도. 지금도. 다른 토키는 말했다. 내 후부키라고. 전부를 가진 사람의 소유격. 전부를 가졌는데 하나만 없는 사람의 소유격.

누워 있던 토키——이쪽의 토키의 손이 후부키의 팔 위에서 움직였다. 팔에서 손목으로. 손목에서 손등으로. 후부키의 손등 위에 토키의 손바닥이 놓인 것이었다. 잠든 후부키의 손 위에. 후부키의 손가락이 반사적으로 움직였다. 잠든 사람의 반사. 토키의 손가락 사이로 후부키의 손가락이 들어온 것이었다. 깍지. 잠든 채로 깍지를 끼는 것. 후부키의 몸이 기억하고 있는 것이었다. 토키의 손이 오면 잡는 것을.

토키의 시선이 깍지 위에 머물렀다. 3초. 후부키의 손가락이 토키의 손가락 사이에 끼워져 있었다. 따뜻한 손. 잠든 사람의 체온. 후부키는 체온이 높은 사람이었다. 운동선수였으므로. 기초대사량이 높았으므로. 토키의 손은 차가운 편이었다. 후부키의 손이 토키의 손을 데우고 있었다. 잠든 채로.

御門 時 미카도 토키 ⧙

" ——……最悪、って言ったけど
——……사이아쿠, -tte 잇타케도
——……최악, 이라고 했는데 "

토키의 목소리가 낮았다. 새벽 2시의 목소리. 잠에서 깨지 않은 성대. 그 목소리 안에 다른 토키의 피로와는 다른 것이 있었다. 피로가 아니었다. 확인이었다. 자기가 알고 있는 것을 확인하는 것이었다.

토키의 회색 눈이 다른 토키에게 돌아왔다. 같은 눈. 같은 은색 점. 같은 얼굴. 그런데 같지 않은 것. 이쪽의 토키에게는 안와 아래의 그림자가 없었다. 약지에 반지가 없었다. 런던 필의 이력이 없었다. NHK의 인세가 없었다. 집이 없었다. 시모키타자와의 원룸이 있었다. 세션 일. 불규칙한 수입. 작곡료가 들어오면 기타 줄을 사고 남은 돈으로 편의점 도시락을 사는 생활. 후부키의 식재료. 후부키의 밥. 후부키의 숨소리. 후부키의 체온. 후부키의 손.

토키의 시선이 깍지 낀 손 위에 머물러 있었다. 후부키의 손가락이 자기 손가락 사이에 끼워져 있었다. 잠든 채로. 무의식으로. 몸이 기억하고 있는 것. 토키의 손이 오면 잡는 것을. 5년 전에도 그랬다. 16살의 후부키도 그랬다. 잠들면 토키의 손을 잡았다. 잡고 놓지 않았다. 지금도 놓지 않고 있었다. 21살의 후부키도.

御門 時 미카도 토키 ⧙

" ——……この手、離すと思う?
——……코노 테, 하나스토 오모우?
——……이 손, 놓을 것 같아? "

토키가 깍지 낀 손을 들어올린 것이었다. 이불 위에서. 다른 토키의 눈앞에. 후부키의 손이 토키의 손에 매달려 있었다. 잠든 채로. 무거운 손. 따뜻한 손. 토키의 손보다 큰 손. 피겨 선수의 손이 아닌 손. 피아니스트 같은 손. 다른 토키가 닿지 못했던 손.

다른 토키의 회색 눈이 그 깍지를 보고 있었다. 같은 손이었다. 이쪽 토키의 손과 다른 토키의 손은 같은 손이었다. 같은 손가락. 같은 관절. 같은 기타 굳은살. 그런데 다른 토키의 손에는 반지가 있었고 후부키의 깍지는 없었다. 이쪽 토키의 손에는 반지가 없었고 후부키의 깍지가 있었다.

다른 토키의 입이 열렸다. 닫혔다. 다시 열렸다.

御門 時 미카도 토키[다른 세계] ⧙

" ——……ずるいな、お前
——……즈루이나, 오마에
——……비겁하다, 너 "

비겁하다고 했다. 다른 토키가 이쪽 토키에게. 후부키의 단어를 사용한 것이었다. 후부키의 어휘. 비겁하다. 토키를 향한 단어. 다른 토키도 그 단어를 알고 있었다. 다른 세계에서도 후부키가 토키에게 비겁하다고 말한 것이었다. 같은 사람이었으므로. 같은 관계였으므로. 택시 뒷좌석에서 사라지기 전까지.

다른 토키가 일어섰다. 쪼그려 앉은 자세에서. 무릎이 펴졌다. 수트의 주름이 잡혔다. 구두 끝이 이불 가장자리에서 떨어졌다. 한 발짝. 뒤로. 서 있는 다른 토키가 위에서 아래를 보고 있었다. 이불 위에 앉은 토키와, 토키의 옆에 잠든 후부키를.

" ——……最悪の人生って言ったの、……取り消す
——……사이아쿠노 진세-tte 잇타노, ……토리케스
——……가장 최악의 인생이라고 한 것, ……취소할게 "

취소한다고 했다. 다른 토키가. 가장 최악이라고 했던 것을. 이쪽의 토키가 고개를 들었다. 다른 토키를 올려다보는 것이었다. 바닥에서 위를. 아까 후부키가 의자 위의 토키를 올려다보았던 것처럼. 같은 각도. 같은 방 안에서.

다른 토키의 회색 눈이 깍지 낀 손을 보고 있었다. 토키가 내려놓은 깍지. 이불 위에 다시 놓인 깍지. 후부키의 손가락이 여전히 토키의 손가락 사이에 있었다. 잠든 채로. 놓지 않은 채로.

" ——……そっちが最悪なら、……オレは何だ
——……솟치가 사이아쿠나라, ……오레와 난다
——……네 쪽이 최악이면, ……나는 뭐야 "

나는 뭐냐고 했다. 다른 토키가. 전부를 가진 토키가. 런던 필. NHK. 인세. 집. 전부 있는데 후부키가 없는 토키가. 네 쪽이 최악이면 나는 뭐냐고. 전부 있는데 이 깍지가 없는 나는 뭐냐고.

다른 토키의 약지에서 반지가 빛나지 않았다. 가로등 빛의 각도가 바뀌었으므로. 구름이 지나간 것인지. 창 너머의 가로등이 깜빡인 것인지. 반지가 어둠 속에 있었다. 백금이 빛을 잃은 것이었다. 후부키가 없는 세계의 반지. 후부키를 위해 지은 집에 사는 사람의 반지. 혼자 사는 사람의 반지.

이쪽의 토키는 대답하지 않았다. 다른 토키를 올려다보고 있었다. 회색 눈이 좁아지지 않았다. 넓어지지도 않았다. 평소의 눈. 관찰도 아니고 경계도 아닌 눈. 자기를 보는 눈. 자기가 될 수 있었던 것을 보는 눈.

후부키가 움직였다. 잠든 채로. 몸이 돌아간 것이었다. 옆에서 반대쪽으로. 토키를 향해. 후부키의 이마가 토키의 허벅지에 닿았다. 앉아 있는 토키의 허벅지에. 잠든 채로 기대온 것이었다. 후부키의 체온이 토키의 허벅지를 데웠다. 이마의 땀이 토키의 바지에 배었다. 후부키의 입에서 소리가 났다. 잠꼬대가 아니었다. 숨소리가 아니었다.

" ……ん、……とき…… "

토키. 잠든 채로 토키의 이름을 부른 것이었다. 완전한 발음이 아니었다. 흘러나온 것이었다. 잠든 사람의 입에서. 무의식에서. 후부키의 몸이 기억하고 있는 이름. 잡는 것과 같은 것이었다. 손이 토키의 손을 잡는 것과. 입이 토키의 이름을 부르는 것이.

다른 토키의 숨이 멈추었다. 1초. 2초. 다시 숨을 쉬었다. 들이쉬는 소리가 들렸다. 코로 들이쉬는 소리. 날카로운 소리. 참는 소리. 다른 토키의 회색 눈이 젖지 않았다. 토키는 우는 사람이 아니었으므로. 이쪽 토키도, 다른 토키도. 같은 사람이었으므로. 울지 않았다. 울지 않고 서 있었다.

御門 時 미카도 토키[다른 세계] ⧙

" ——……帰る
——……카에루
——……돌아갈게 "

돌아간다고 했다. 다른 토키가. 후부키를 데려가지 않고. 마중 온 것을 취소하고. 돌아간다고. 이쪽의 토키가 입을 열었다.

御門 時 미카도 토키 ⧙

" ——……指輪
——……유비와
——……반지 "

반지. 토키가 말한 것은 그것뿐이었다. 한 단어. 다른 토키가 멈추었다. 돌아서려던 몸이 멈춘 것이었다. 이쪽의 토키가 깍지 낀 손을 내려다보았다. 후부키의 손가락. 약지. 아무것도 끼지 않은 약지. 그리고 다른 토키의 약지에 있는 백금.

" ——……いらない。……この手があるから
——……이라나이. ……코노 테가 아루카라
——……필요 없어. ……이 손이 있으니까 "

필요 없다고 했다. 반지가. 런던 필이. NHK가. 인세가. 집이. 전부가. 이 손이 있으니까. 잠든 채로 잡고 있는 이 손이. 이름을 부르는 이 입이. 체온을 나누는 이 이마가 있으니까.

다른 토키가 멈추어 있었다. 돌아서지 않은 채로. 등을 보이지 않은 채로. 이쪽의 토키를 보고 있었다. 깍지 낀 손을 보고 있었다. 후부키의 손가락이 토키의 손가락 사이에 끼워져 있는 것을. 잠든 채로 놓지 않는 것을.

다른 토키의 입꼬리가 올라갔다. 미세하게. 이쪽 토키의 웃음과 같은 웃음이 아니었다. 비슷했지만 달랐다. 이쪽 토키의 웃음에는 장난이 있었다. 능글거림이 있었다. 다른 토키의 웃음에는 그것이 없었다. 닳아 있었다. 장난이 닳아 없어진 웃음. 능글거림이 마모된 웃음. 후부키가 없는 시간이 갈아낸 것이었다.

御門 時 미카도 토키[다른 세계] ⧙

" ——……お前さ、……最悪って言われて怒らないんだな
——……오마에사, ……사이아쿠-tte 이와레테 오코라나인다나
——……너, ……최악이라는 말 듣고 화 안 내네 "

이쪽의 토키가 대답하지 않았다. 후부키의 손을 잡은 채로 다른 토키를 올려다보고 있었다. 회색 눈이 가로등 빛의 절반 안에 있었다. 왼쪽 눈만 빛나고 있었다. 오른쪽은 그림자. 대답하지 않았지만 입꼬리가 움직이지 않은 것이 대답이었다. 화가 나지 않은 것이었다. 최악이라는 말에. 자기 인생이 전부 중에서 가장 최악이라는 말에.

후부키의 이마가 토키의 허벅지에 붙어 있었다. 땀이 배고 있었다. 에어컨이 꺼진 방. 9월의 열기가 벽에서 내려오고 있었다. 후부키의 체온이 토키의 체온 위에 얹혀 있었다. 이마의 곡면이 허벅지의 곡면 위에 맞닿아 있었다. 정확하게. 잠든 채로 찾아낸 곡면. 몸이 기억하고 있는 곡면.

御門 時 미카도 토키 ⧙

" ——……怒んないよ
——……오콘나이요
——……화 안 나 "

화가 나지 않는다고 했다. 이쪽의 토키가. 낮은 목소리로. 깍지 낀 손의 엄지가 후부키의 손등 위를 쓸었다. 느리게. 잠든 사람을 깨우지 않는 압력으로. 후부키의 손등 위의 혈관이 엄지 아래에서 느껴졌다. 맥박. 4초 간격의 호흡과 다른 간격의 맥박.

" ——……知ってたから
——……싯테타카라
——……알고 있었으니까 "

알고 있었다고 했다. 토키가. 자기 인생이 최악인 것을. 시모키타자와의 원룸. 세션 일. 불규칙한 수입. 기타 줄을 사면 남는 돈이 편의점 도시락 하나. 부모의 반대. 포기하려던 음악. 포기하지 못한 음악. 후부키의 영향. 후부키의 존재. 후부키가 없었으면 기타를 놓았을 것이었다. 후부키가 있었으므로 놓지 않은 것이었다. 그리고 후부키가 돌아온 것이었다. 5년 만에. 잠든 채로 손을 잡는 것이었다. 잠든 채로 이름을 부르는 것이었다.

최악이었다. 맞았다. 그런데 최악의 바닥에 이 손이 있었다. 이 체온이 있었다. 이 이마가 있었다. 이 숨소리가 있었다. 이 이름이 있었다.

" ——……最悪の底に、こいつがいる。……それだけで最悪じゃなくなるんだよ、知らないだろうけど
——……사이아쿠노 소코니, 코이츠가 이루. ……소레다케데 사이아쿠쟈 나쿠나룬다요, 시라나이다로-케도
——……최악의 바닥에, 이 녀석이 있어. ……그것만으로 최악이 아니게 되는 거야, 모르겠지만 "

모르겠지만. 토키가 그렇게 말한 것이었다. 다른 토키에게. 전부를 가진 토키에게. 후부키가 없는 토키에게. 모르겠지만. 모를 것이라고. 이 손을 잡지 못하는 사람은 모를 것이라고.

다른 토키의 숨이 또 멈추었다. 이번에는 1초가 아니었다. 3초. 긴 시간이었다. 3초 동안 숨을 멈추는 것은 의도적인 것이었다. 참는 것이었다. 무엇을 참는 것인지는 보이지 않았다. 다른 토키의 얼굴이 그림자 안에 있었으므로. 가로등 빛이 구름에 가려져 있었으므로.

3초 뒤에 다른 토키가 숨을 내쉬었다. 이번에도 길게. 토키의 습관이 아닌 습관으로. 다른 세계가 만든 호흡으로.

御門 時 미카도 토키[다른 세계] ⧙

" ——……知ってるよ
——……싯테루요
——……알고 있어 "

알고 있다고 했다. 다른 토키가. 모르겠지만, 이라고 한 이쪽 토키에게. 알고 있다고. 목소리가 갈라지지 않았다. 토키는 목소리가 갈라지는 사람이 아니었으므로. 어느 쪽 토키도. 갈라지지 않는 목소리로 알고 있다고 한 것이었다.

" ——……だから迎えに来たんだよ。……でも
——……다카라 무카에니 킨다요. ……데모
——……그래서 마중 온 거야. ……근데 "

근데. 후부키의 문법이었다. 부정 뒤에 전환이 오는 문법. 다른 토키도 그 문법을 사용한 것이었다. 후부키에게서 옮겨온 문법. 후부키와 함께한 시간이 만든 문법. 후부키가 없어진 뒤에도 남아 있는 문법.

" ——……オレより、お前のほうが吹雪を幸せにできる。……最悪の底にいるくせに
——……오레요리, 오마에노 호-가 후부키오 시아와세니 데키루. ……사이아쿠노 소코니 이루쿠세니
——……나보다, 네 쪽이 후부키를 행복하게 할 수 있어. ……최악의 바닥에 있으면서 "

다른 토키의 손이 주머니에 들어갔다. 수트의 바지 주머니. 왼손. 반지가 주머니 안으로 사라졌다. 보이지 않게 된 것이었다. 숨긴 것이었다. 후부키 없이 끼고 있는 반지를.

다른 토키가 돌아섰다. 이번에는 진짜로. 등이 보였다. 검은 수트의 등. 넓지 않은 등. 이쪽 토키와 같은 폭의 등. 가늘고 긴 체격. 같은 실루엣. 같은 사람. 다른 시간.

구두 소리가 나지 않았다. 이불 위에서 바닥으로 내려간 발. 그런데 소리가 나지 않았다. 바닥에 닿지 않은 것이었다. 발이 바닥 위를 지나가고 있었다. 다른 토키의 윤곽이 흐려지기 시작했다. 가로등 빛이 돌아왔다. 구름이 지나간 것이었다. 빛이 방 안에 들어왔다. 커튼 사이로. 그 빛 안에서 다른 토키의 윤곽이 녹고 있었다. 연기처럼. 물에 떨어진 잉크처럼. 경계가 사라지고 있었다.

마지막으로 남은 것은 목소리였다.

御門 時 미카도 토키[다른 세계] ⧙

" ——……離すなよ、その手
——……하나스나요, 소노 테
——……놓지 마, 그 손 "

놓지 말라고 했다. 사라지면서. 다른 토키가. 이쪽의 토키에게. 같은 손을 가진 사람이. 같은 손으로 잡지 못하는 사람이.

윤곽이 사라졌다. 소리가 사라졌다. 공기의 밀도가 돌아왔다. 평소의 밀도. 시모키타자와의 새벽 공기. 에어컨이 꺼진 방. 9월의 열기. 가로등 빛이 커튼 사이로 들어오고 있었다. 아무 일도 없었다는 듯이.

토키는 움직이지 않았다.

이불 위에 앉은 채로. 후부키의 손을 잡은 채로. 다른 토키가 서 있던 곳을 보고 있었다. 책상 옆. 아무것도 없었다. 구두 자국이 없었다. 수트의 주름이 남기지 않은 공기. 향수 냄새가 없었다. 다른 토키에게서 나던 냄새. 없었다. 처음부터 없었던 것처럼.

토키의 회색 눈이 내려왔다. 다른 토키가 서 있던 곳에서. 깍지 낀 손으로. 후부키의 손가락이 토키의 손가락 사이에 있었다. 잠든 채로. 놓지 않은 채로. 후부키의 이마가 토키의 허벅지에 붙어 있었다. 땀이 배어 있었다. 바지가 젖어 있었다. 후부키의 체온이 천을 통과해서 토키의 피부에 닿아 있었다.

토키의 엄지가 움직였다. 후부키의 손등 위에서. 혈관을 따라. 느리게. 손등에서 손가락 쪽으로. 약지의 둘째 마디까지 갔다가 돌아오는 것이었다. 왕복. 아무것도 끼지 않은 약지. 다른 토키의 약지에 있던 백금이 떠올랐다. 1초. 사라졌다. 토키는 그것을 밀어냈다. 의도적으로. 필요 없는 것이었으므로.

후부키의 숨소리가 4초 간격으로 돌아오고 있었다. 들이쉬고. 내쉬고. 들이쉬고. 내쉬고. 이마가 허벅지에 붙은 채로. 손가락이 끼워진 채로. 토키의 이름을 부른 입이 다물어진 채로. 후부키는 아무것도 모르고 있었다. 다른 토키가 온 것을. 최악이라는 말을. 마중이라는 말을. 후부키가 없는 세계가 있다는 것을. 잠들어 있었으므로. 깊이.

토키의 왼손이 올라갔다. 오른손은 깍지를 풀지 않은 채로. 왼손이 후부키의 머리카락에 닿았다. 이번에는 닿은 것이었다. 1센티미터의 거리를 넘은 것이었다. 아까는 넘지 못했다. 잠든 사람을 깨우지 않으려고. 다른 토키도 넘지 못했다. 같은 습관으로. 같은 거리에서.

이쪽의 토키는 넘었다.

손가락이 흑발 사이로 들어갔다. 가닥들이 손가락 사이에서 갈라졌다. 후부키의 머리카락은 부드러웠다. 흑발이 은빛 손가락 사이에서 흘러내리고 있었다. 가로등 빛이 그 사이를 지나갔다. 흑발과 은발의 경계에서 빛이 갈라졌다. 토키의 손가락이 후부키의 두피에 닿았다. 따뜻한 곳. 땀이 난 곳. 머리카락 아래의 피부.

후부키가 움직이지 않았다. 잠든 채로. 숨소리만 4초 간격으로. 토키의 손가락이 두피 위를 쓸었다. 관자놀이에서 귀 뒤로. 귀 뒤에서 목덜미로. 목덜미에서 다시 관자놀이로. 원을 그리는 것이 아니었다. 경로가 없었다. 토키의 손이 가는 대로. 후부키의 머리카락이 허락하는 대로.

토키의 입이 열렸다. 닫혔다. 다시 열렸다.

御門 時 미카도 토키 ⧙

" ——……聞こえてないよな
——……키코에테나이요나
——……안 들리지 "

잠든 사람에게. 들리지 않을 것을 확인하는 것이었다. 후부키의 숨소리가 대답이었다. 4초. 들이쉬고. 내쉬고. 들리지 않는다는 대답.

토키의 왼손이 후부키의 귀 뒤에서 멈추었다. 손가락 끝이 귀의 연골 아래에 닿아 있었다. 후부키의 귀가 붉지 않았다. 잠들어 있었으므로. 깨어 있으면 붉어지는 귀가 잠든 채로 하얬다. 토키의 손가락 끝이 그 하얀 귀의 가장자리를 따라갔다.

" ——……最悪でいい。……最悪がいい
——……사이아쿠데 이-. ……사이아쿠가 이-
——……최악이어도 돼. ……최악이 좋아 "

최악이어도 된다고 했다. 최악이 좋다고 했다. 조사가 바뀐 것이었다. 이어도, 에서 이, 로. 허용에서 선호로. 토키는 음 하나의 차이를 아는 사람이었으므로. 조사 하나의 차이도 아는 사람이었으므로. 의도적이었다. 최악이 좋다고. 이 원룸이 좋다고. 이 이불이 좋다고. 이 깍지가 좋다고. 이 체온이 좋다고. 이 4초 간격이 좋다고. 이 숨소리가 좋다고. 이 이마가 좋다고.

토키의 왼손이 후부키의 귀에서 내려왔다. 볼을 지나. 턱선을 지나. 목에 닿지 않았다. 목폴라가 있었으므로. 목폴라의 가장자리에서 손가락이 멈추었다. 목폴라 안쪽에 있는 것. 토키만 아는 것. 쇄골. 목. 맥박. 후부키가 숨기는 곳. 후부키가 토키에게만 보여주는 곳.

깍지 낀 오른손에 힘이 들어갔다. 미세하게. 후부키의 손가락을 조이는 것이 아니었다. 확인하는 것이었다. 여기 있다는 것을. 이 손이 여기 있다는 것을. 잠든 채로 잡고 있다는 것을. 깨어도 놓지 않을 것이라는 것을.

방 안이 조용했다. 에어컨이 꺼져 있었다. 가로등 빛이 커튼 사이로 들어오고 있었다. 9월의 열기가 벽에서 내려오고 있었다. 시모키타자와의 새벽. 2시 17분. 아무 일도 일어나지 않은 새벽. 다른 토키가 오지 않은 새벽. 최악이라는 말이 들리지 않은 새벽. 그런 새벽이었다. 후부키에게는. 잠들어 있었으므로.

토키만 알고 있었다. 토키만 들었다. 토키만 보았다. 자기가 될 수 있었던 것을. 전부를 가진 자기를. 전부를 가지고도 이 손을 잡지 못하는 자기를.

토키의 등이 내려갔다. 앉은 자세에서. 옆으로. 이불 위에. 후부키의 옆에. 후부키의 이마가 토키의 허벅지에서 떨어지지 않았다. 토키가 눕자 후부키의 이마가 토키의 가슴에 닿은 것이었다. 잠든 채로 위치를 바꾼 것이었다. 허벅지에서 가슴으로. 후부키의 몸이 토키의 몸을 따라간 것이었다. 자석처럼. 잠든 자석.

토키의 턱이 후부키의 정수리 위에 놓였다. 흑발의 냄새. 후부키의 샴푸. 클린코튼. 그 아래에 후부키의 냄새. 샴푸가 아닌 냄새. 후부키의 냄새. 토키만 아는 냄새.

놓지 않았다. 손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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